Los Amantes del Circulo Polar

인생이 원을 그리며 돈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내 인생은 하나의 원만 그린다
그것도 불완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그녀의 이름을 내 마음속에
수없이 써왔다

 

여기, 이순간 난
아무 것도 끝낼 수 없다

 

지금 난 혼자다

 

세상에 둘러쌓인 어린 시절은 편안했다

 

하지만 어느 추운 날, 방과 후

 

사건이 일어났다

 

난 여자에 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여자애들이 어디로 달려가는지?

 

왜 그렇게 날 쳐다보는지?

 

만일 걔가 그렇게 쳐다보지만 않았어도
공을 잡으로 계속 달려갔겠지

 

또는 그 녀석이 볼을 똑바로만 찼더라면…

 

난 계속 운동장에 있었을테고
공을 잡아냈을 것이다

 

모두가 날 축하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 난 추운 겨울이 좋아. 넌 어때?
- 난 싫어. 왜?

 

겨울이 춥기 때문에
봄에 더 고마움을 느끼지

 

전 더운 여름이 좋아요

 

인생은 돌고 돈단다

 

- 만물은 태어나서 모두 죽게된다
- 전부는 아니에요

 

영원한 것은 없단다

 

피할 수 없는게 인생이야

 

행복도 슬픔도

 

시간은 모든 것에 영향을 주지

 

사랑마저도

 

만일 기름이 떨어진다면
도로에 서 있어야만 해

 

네 인생에 주어진 문제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단다

 

그것들은 왔다가
다시 가게 마련이란다

 

결코 영원하지 않아

 

금방 올게

 

내 잘못이 아니야

 

네 엄마와 이혼할거란다

 

내 아들

 

엄마를 영원히 사랑할거예요

 

만일 기름이 떨어지면
그냥 죽을래요

 

항공우편

 

이 여행은 어떻게 끝날까?

 

질문 있는 사람?

 

8살난 얘들이 보통 한 시간에
33번 질문한다는 걸 아니?

 

난 더한 놈이다
질문이 같아서 그렇지...

 

정말 질문 없니?

 

화장실 좀 가도 돼요?

 

그거 뿐이냐, 오토?

 

내 생각에 더 중요한
질문이 있을 거 같은데

 

여자애들도 우리들 만큼
질문을 안하나요?

 

여자애들이라...

 

너희들보다는 질문을 더 적게 하지

 

그렇지만 더 성숙하단다

 

- 이거 읽어봤어?
- 누가 쓴걸까?

 

내가 이런 걸 받았다면
정말 창피했을 거야

 

잘난 척은...

 

- 한 문장 뿐이야
- 항상 똑같아

 

로맨틱하군?
인생에서 가장 큰 숙제지

 

난 그녀에게 말 걸기로 결심했다

 

우선 그녀의 이름을 물어볼 것이다

 

난 내 이름을 말할 것이다
거꾸로도 읽을 수 있는 오토(otto)라고

 

안녕, 내 이름은 아나(ana)야

 

난 기다릴 수 있는 만큼
여기서 기다릴 것이다

 

난 내 인생의 가장 큰 우연을 기다린다

 

난 수많은 우연들을 겪어 왔다

 

우연의 일치가 내 인생의 길을 형성했다

 

처음이며 가장 중요한 순간은
드라마처럼 다가왔다

 

퇴교 시간에 엄마는 끔찍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

 

울지마, 그럼 괜찮을거야

 

그 고물차 때문에

 

그만 하랬잖아

 

내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돌이킬 수 있나?
몇 시간을? 인생을?

 

그건 내 아버지의 인생이다
난 그의 딸이기에 달릴 뿐이었다

 

쟤는 어디서 왔지?
아버지의 환생인가?

 

어린 내게 있어
그는 너무 빨리 죽었다

 

그가 아버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난 아버지의
어렸을 때 사진을 보았다

 

그들은 닮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렸기에 난 믿기 시작했다
아빠가 소년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오히려 더 좋았다

 

난 엄마가 우는 걸 많이 봐왔다

 

눈물을 닦아요
아빠는 죽지 않았어요

 

무슨 일인 거죠?

 

추울 땐 모든 일이 빨리 일어난다

 

난 추운 날을 좋아한다

 

난 추운 날을 좋아한다

 

어느 추운 날 난 러브레터를 받았다
아이가 보낸 거라곤 믿기엔 너무 아름다운

 

난 누군가와 이 메시지를
나누어야 했다

 

엄마, 이거

 

예쁘구나

 

누가 쓴거니?

 

이건...

 

저 사람이요

 

정말?
싫으면 돌려줄게요

 

무슨 말이니?

 

아름답다니까

 

또 그 애다

 

이 메시지, 아버지가 보낸거야

 

춥죠?
- 네

 

내 이름은 올가예요

 

전 알바로에요

 

그의 이름을 들었다

 

기다리면 올거에요

 

요즘 무슨 생각하냐?
얼빠진 놈 같이

 

흠뻑 젖었어요

 

우릴 집까지 데려다 주실 필요는 없어요

 

저 녀석을 쟤 엄마한테 데려다 줄 겁니다
목욕 좀 하라구요

 

그런 후 당신 집까지
데려다 주겠소

 

안녕, 난 아나야

 

기억하니?

 

말 좀 해봐

 

난 오토야

 

네 이름 몰라?
- 아니. 그래, 알아

 

거꾸로 읽어도 같다는 거 말이지

 

- 당근이지
- 그걸 회문(palindrom)이라고 해

 

지금 알았니?

 

지금 알았어?

 

아버지가 말했었다
회문이 행운을 가져다 줄거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꿨다

 

속이 좋지 않아

 

무슨 일이야?

 

모르겠어, 속이 안좋아

 

내 이름이 왜 오토인지 아니?

 

그 얘긴 나중에 해라

 

저 걸어갈래요

 

거의 다 왔어요

 

난 고집이 세다
그래서 쉽게 믿지 않는다

 

겉에서 말하는 것은 오토지만
안에서 말하는 것은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난 그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난 오토에겐 들리지 않게
아버지와 대화를 했다

 

엄마 남자친구에겐 엄마뿐이에요

 

당신이 나의 아버지에요
그리고 하나면 족해요

 

잘 가거라
네 엄마에게 안부 전해라

 

내일 봐

 

키스
제 말이 들리면 제게도 해줘요

 

안녕,오토
잘 잤니?

 

잘 잤어요

 

아나는 그렇게 이상한 방법으로
나를 사랑했다

 

네 아빠, 승진하셨단다

 

- 말 안했어요?
- 쟤는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를걸

 

이제 더 큰 사무실에서 일한단다

 

아빠는 요즘 바쁘시단다

 

아나, 서로 얘기들 좀 해라

 

- 너희들, 이제 오누이잖니
- 오빠같은거 필요 없어요

 

저도 동생 필요 없어요

 

그래, 하지만 익숙해질거야

 

우린 오늘부터 새로운 집에서 살거야
정리되면 오토 너도 부를게

 

주말엔 와서 지내라

 

갑자기 모든게 바뀌었다

 

안 다쳤니?

 

미쳤어요
멈췄어야죠

 

아이들이 타고 있단 말이야

 

그딴 식으로 운전하지 마라구

 

나와라, 차를 두고 갈거다

 

이제부터는 버스를 타라
다 컸잖니

 

다른 집들, 다른 일들

 

난 그녀를 주말에만 볼 수 있었다
그것도 2주에 한 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나에게 내 사랑을 보여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내 사랑, 아나. 사랑해

 

아빠가 오토 몸을 떠나 진짜 죽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왜 내 이름이 오토인지 알아?

 

어느 일요일 오후 마침내
오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조용히 해봐요

 

게르니카 폭격 때, 할아버지는
놀라서 숲으로 달아났죠

 

거기서 낙하산에 매달려 있는
독일군 조종사를 보았어요

 

나무가지에 걸려 있었죠

 

거기 당신
총...

 

할아버지는 그가 총을 버리면
도와주겠다고 했고

 

조종사는 그렇게 했어요

 

할아버지는 약속을 지켰죠

 

그리고는 같이 담배를 나눠 피웠어요

 

내 이름은 오토요

 

오토, 조종사

 

그는 평생 은혜를 잊지 않을거라 말했죠

 

할아버지는 총을 돌려주었고
그는 담배를 돌려주었어요

 

그리고는 헤어졌죠

 

제 어머니는 독일인이에요

 

할아버진 아버지에게 그녀는
그 독일조종사의 선물이라고 했죠

 

전 그 조종사 이름을 따서
오토가 된 거에요

 

조종사 오토. 그랬구나

 

늦었다. 네 엄마가 기다릴거야

 

그런데 왜 구해줬을까요?
파시스트였는데

 

제가 거기에 있었다면
전 아무도 죽이지 않았을거에요

 

왜 나찌 이름을 따라 지은거죠?

 

그 비행기에서 온 러브레터는
아버지가 아닌 오토가 보낸 것이다

 

저 조종사 이야기, 농담이죠?

 

그날 오후 난 알았다
오토가 날 사랑한다는 걸

 

나도 그를 사랑하고 싶다

 

나도 그를 사랑하고 싶다

 

여기까지가 북극권이야

 

여긴 여름에 해가 지지 않아

 

백야라고 하지

 

신기하지?

 

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듣고 있니? 지겨워?

 

만일 내가 혀가 없이 태어났다면
변명이라도 될 텐데

 

이제 수요일인데
- 저 여기서 살래요

 

네 엄마한텐 말했니?
- 아뇨, 안했어요

 

바보같은
- 말했다면 허락받지 못했을테니까요

 

그래도 안돼
내가 전화해야겠다

 

- 무슨 일이에요?
- 저 녀석이 여기서 살겠대

 

엄마나 다른 사람에게 말도 안하다니

 

네 엄마도 할말이 없을게다

 

잠시 머물게 하죠

 

오토에게 무슨 일 있어?

 

울지마
당신은 항상 슬프다고 하잖아

 

알바로, 진정해요

 

왜 여기서 살려고 하는지
나도 모르겠어

 

아니, 계속은 아니고
잠시 동안만

 

바꿔줄테니 얘기해봐

 

엄마, 미안해요

 

매일 방과 후에 들릴게요

 

오늘밤 내 방으로 와
창문으로. 용기를 내

 

자 모두 웃어

 

용기를 내

 

아나, 나 왔어

 

일어나

 

우리 가족 사진 어때?

 

- 잘 나왔네요
- 전 이미 가족이 있어요

 

- 하나면 충분하죠
- 넌 가족이 하나 더 있어서 행운이지 않니

 

- 엄마도 좋죠?
- 그럼, 우린 잘 어울리는 가족이야

 

엄마, 나 왔어

 

우리 나들이 가요

 

기차 타고 산에 다녀 오죠

 

한 장 남았네

 

사진 찍어줄게요

 

거기 없어요?

 

쇼핑 간거죠

 

필름 좀 사올게요
돌아올테니 기다리세요

 

곧 올게요

 

엄마, 나야

 

나 왔어

 

이번엔 너 찍어줄게

 

필름이 없어요

 

- 엄마는 너무 예뻐요
- 고맙다, 아들아

 

왜 아빠가 더 이상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이해 못할거야
크면 알게될 거야

 

네 아빠는 좋은 사람이란다
그의 잘못만은 아니지

 

알았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죠

 

그렇게 말하시다니
아빠를 아직 사랑하는군요

 

아니, 너만을 사랑한단다

 

너의 대한 사랑은 영원할거야

 

죽었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야

 

아버지에게 무슨 말이니
사과해

 

방금 전까진 그러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하시니
하기 싫어지는군요

 

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요

 

우리 엄마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그래, 미안하다

 

하지만 너도 고쳐야 돼
넌 고집이 너무 쎄

 

죄송해요, 아버지
다 제 잘못이에요

 

- 기다려, 나도 같이 갈래
- 안돼

 

난 저기로 계속 내려갈거야

 

그러니까

 

빠르면 뛰어 내려

 

오토, 너무 빠르다. 뛰어 내려

 

그들과 같이 있어.
난 떠날 거야

 

오토, 뛰어 내려
거긴 절벽이야

 

왜 아직 안 죽었지

 

얼마나 많은 삶이 남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난 엄마와 있고 싶었다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스키를 타고 위로 말이다

 

당신 아나죠
그래, 내 아들

 

제 엄마가 되어 줄래요

 

그럴 수 없어

 

북극에서의 첫 날을 기억한다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오는 욕망 또한 들어야 한다

 

오토 같은 마음을 가진 이는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수요일

 

그날 저녁 오토는 우리와 살러 왔다

 

그는 그의 어머니를 떠났다

 

매일 나를 보기 위해

 

매일 밤

 

난 담배 냄새가 좋아

 

그 조종사 오토를 생각나게 해

 

그는 아직 살아있을거야

 

네 이름이 오토인게 좋아

 

네가 나의 엄마같고
난 너의 아빠같아

 

우린 아주 가까워졌다

 

그가 날 사랑하는 만큼
나도 그를 사랑하고 싶다

 

어디 있니, 오토?

 

아직도 자니

 

마당에 있을거야

 

아뇨, 찾아 봤어요

 

8시다. 일어나라
네 오빠가 안보인다. 어딨는지 아니?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제 오빠가 아니에요

 

나 늦었다. 먼저 가마

 

- 당신의 이상한 아들은?
- 걱정하지마

 

자기 엄마한테 갔겠지

 

침대 밑은 봤어요?

 

아니

 

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요

 

오토. 8시다

 

널 찾고 있었다

 

좀 이해할 수 있는 행동 좀 해라

 

항상 여기서 벗고 자니?

 

너 혼자 사는게 아니야. 알겠니?

 

아침 키스 안해줄래?

 

당시 오토와 했던 것 만큼
섹스를 즐긴 적이 없다

 

집에서
모르게

 

그후론 그렇게 붉은 마음을
갖지 못했다

 

예쁘구나
네 엄마가 좋아할거야

 

별로 맘에 안들어요
조용히 해

 

- 결정했니?
- 아뇨, 아직

 

그 색은 별로에요

 

가장 좋은 하트는 붉은 색이야

 

- 크리스마스에 나한테 뭐 줄거야?
- 눈(snow)

 

원하는 만큼

 

-전화기 있어요?
- 아뇨, 밖에 공중전화가 있어요

 

좀 늦을거라 네 아버지한테 전화 해야겠다
벌써 두시간째야

 

싸 드릴까요?

 

좀 있다 살거에요

 

- 네 엄마 온다
- 여기

 

샀니?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

 

네 아빠도 무척 화가 나있어

 

그거 살게요

 

싸 드릴까요?

 

네, 엄마에게 줄거에요

 

알았어요

 

- 이것만 살건가요?
-예

 

1,000 뻬세따만 빌려주세요

 

난 택시비도 내야 한다

 

잘했어
가족끼리 서로 도와야지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전 스페인 TV의 알바로 미델만입니다

 

뉴스 아나운서 오디션 한 번
받아보시지 않겠어요

 

뭐라구요?

 

저녁 시간에 방송할
당신 또래의 사람을 찾거든요

 

죄송합니다만

 

우연히 당신이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단지 오디션입니다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오늘 게르니카에 온 독일 대표단들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바스크 당국에 대한
심심한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스페인 주재 독일대사는

 

처음으로 게르니카 폭격으로 인해
2,000명의 시민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나, 부탁이다
못 본 걸로 해줘

 

내가 알아서 할께

 

엄마를 위해 부탁하마
비밀로 해다오

 

그럴게요

 

난 알바로와 떨어질 수 없단다
집에 있는 알바로 말고

 

저 사람 이름도 알바로야

 

날 믿어 줘. 너를 절대 떠나지 않을거야

 

어쨌든 네 엄마니까

 

오토의 엄마는 갑자기 죽었다
그후 오토는 달라졌다

 

가버려

 

날 내버려둬

 

오토는 죽으려고 했다
난 그를 따라갔다

 

멈춰
너무 빨라, 뛰어 내려

 

뛰어 내려

 

오토, 뛰어 내려
거긴 절벽이야

 

대답 좀 해

 

날 위해 제발 죽지마

 

- 도움을 청하러 가야겠다
- 둘이서 가요. 난 안가요

 

- 아나, 너무 위험해
- 상관없어요

 

돌아와 빨리

 

오토, 오토를 찾고 있잖아요. 젠장할

 

안돼

 

넌 죽지 않았어

 

그래 난 울지 않을거야

 

오토, 오토를 찾았어요

 

살아있니?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 줘

 

- 아나
- 그래, 내 사랑

 

엄마는 어디 있지?

 

아무도 몰라
네 생각에 달려있어

 

오토는 더 이상 같이 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죄책감이 얼마나 큰지
난 알 수 있었다

 

네 오빠 어딨니?

 

몰라요
여기서 안잤어요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다

 

정말 모르니?

 

침대 밑에도 없다

 

장농 속에는요?

 

열어봐라
그 안에 있을거 같냐?

 

그가 그 안에 있기를
간절이 바랬다

 

당신 아들, 떠났어요

 

자고 있을거야

 

벗은 채로 말야

 

얼마나 머물거죠?
아직 모르겠어요

 

아나, 문 좀 열어라

 

오토는 아버지의 돈을 가지고 갔다

 

그것도 많이

 

아나, 할 얘기가 있다

 

무슨 일이야?

 

너 미쳤니?

 

엄마는 알바로를 떠났다
나에게 같이 살자고 했다

 

훔친 돈을 거의 다 썼다
그래서 난 떠돌아 다닌다

 

어디에서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때가 봄이었다

 

구인

 

담배 하나만 주실래요?

 

독한건데

 

아무거나 괜찮아요

 

조정사 구함

 

감사합니다

 

- 당신을 알아요
- 정말로?

 

미안하지만, 난 모르겠는데

 

운명이란 걸 좋아하세요?

 

긍정적인 거라면

 

소피아가 저의 선생님이셨죠

 

- 아나에요
- 난 하비에르

 

당신도 소피아를 떠났죠?

 

난 더 이상 행운이 없어요

 

제 잘못이죠
모두 써버렸거든요

 

너, 오토 동생이구나

 

우리 이름은 회문(palindromes)이죠
그래서 기억하기 쉽죠

 

인생이 공허해졌다

 

아나를 떠나면서 운명은 없어졌다

 

그래서 하나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핀란드

 

낮엔 자고 밤엔 날고
누가 나에게 이런 인생을 주었나?

 

왠 일이냐?

 

그냥 와봤어요
전 잘 있어요

 

너무 늦었다

 

너무 늦었어
더 이상 널 보고 싶지 않다

 

저도 그래요

 

아버지를 보러온 게 아니에요

 

왜 왔냐?
너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쳤어

 

- 그래서 이제 행복하냐?
- 무슨 일이 있었나요?

 

떠났다. 날 버리고

 

노력했었는데...

 

어디로 갔는데요?

 

- 모른다
- 아나는요?

 

어딘가 있겠지

 

네가 전에 다닌 학교의
선생하고 같이 산단다

 

누구요?

 

너에게 도움이 안된다

 

그는 지금 20살이나 어린
네 동생을 범하고 있다

 

세상이 온통 짐승같은 놈들 뿐이다

 

- 아버지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겠어요
- 결코 모를 거다

 

전에도 몰랐었고

 

난 네 아버지다. 그렇지?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모든 게 무너졌어

 

아직도 올가를 사랑하세요?

 

얼굴을 그려봐라

 

누구요?

 

너희들이 좋아하는 사람

 

이리 줘봐

 

니꺼니?

 

누가 보낸거야?

 

자, 여깄다

 

-누구야?
- 엄마

 

아름다우신데

 

그럼, 사랑때문에 돌아가셨어

 

어떻게 사랑 때문에 죽어?

 

홀로 남겨지셨어

 

- 농담이지?
- 독일 태생이야

 

샐러드를 씻다 돌아가셨어

 

아나, 반갑구나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낸다
아직 그 선생하고 사니?

 

제 선생님이 아니에요

 

저도 지금은 선생이죠

 

네 엄마는 잘 지네시고?

 

예

 

호주로 가실 모양이에요

 

먼데로 가는군

 

한 번 가면 다시 보기 힘들텐데

 

그애는 지난 여름부터
포르투갈에 있단다

 

잘 지낸데요?

 

모르겠다

 

너도 알다시피

 

어디서 뭐하는지 통 말을 안한다

 

하지만 어쩌다 전화 하거나
들르기도 한다

 

너희들이 오누이처럼만 지냈어도...

 

지금도 그때와 같았을텐데...

 

돈 좀 주세요

 

무슨 일이야?

 

하비에르하고 헤어졌어요

 

그럴 줄 알았다
이제 뭐 할꺼니?

 

- 잠시 떠나고 싶어요
- 시기가 안좋다

 

우린 다음 달에 호주로 간다

 

잘 다녀오세요
잠깐, 고집 좀 부리지 마라

 

그 때까지 머물러라
그 다음엔 임대할거야

 

여긴 하비에르가 절 찾아
제일 먼저 올 곳이에요

 

같이 호주로 가지 않을래

 

- 너무 멀어요
- 멀든 가깝든...

 

...딱 맞는 곳이 어디 있겠니

 

- 어떻게 할거니?
- 모르겠어요. 떠나고 싶어요

 

- 어디로?
- 라플란드로요 (*산타클로스의 도시)

 

내 부탁 좀 들어주라

 

이건 어떠니

 

4년이나 같이 산 남편인데
그렇게 떠나면 되겠니

 

가진 것도 없고
계획도 없잖아

 

네, 엄만 항상 너무나 현실적이죠

 

라플란드로 가고 싶다고

 

내 아버지가 핀란드에 사신다
로바니에미란 도시에

 

북극권 안 호숫가에
작은 집을 가지고 있어

 

다음달엔 밤에도 태양이 지지 않지

 

자정의 태양

 

또 다른 세상

 

담배를 너무 많이 피는구나

 

이런 삼류영화는 지겨워요

 

어렸을 때 넌 전투기와
조종사를 좋아했지. 기억나?

 

- 이젠 달라요
- 많이?

 

- 완전히요
- 아직도 비행기를 무서워하니?

 

날아본 적 있어?

 

예

 

그리고 무섭지 않아요

 

저 갈래요

 

- 더 자주 와라
- 다음주에 올게요

 

너한테 소포 온 게 있다
거기 책상 위에

 

누구한테서 온건데요?
이름이 없더라

 

핀란드에서 온거 같던데

 

북위 66 33 40
동경 02 55 05

 

난 비행기와 소포 번호를
금방 알아차렸다

 

이건 내가 배달한 거다
몰랐었다

 

하긴 누가 그런 것까지 알겠는가?

 

널 기다릴게. 창문으로 들어와
용기를 내

 

용기를 내

 

우리가 기다리던 운명

 

오늘은 여기서 묵을게요

 

그래라, 네 방은 그대로 있다

 

우리가 기다리던 운명

 

난 진짜 조종사 오토를 만났어
네 할아버지가 구해준 사람

 

그를 구해주고 담배를 나눠 피운 건
정말 잘된 일이야

 

그는 전쟁터를 떠나
스페인 여자와 핀란드로 왔어

 

그의 아들 이름은 알바로
바로 내 엄마의 남자친구야

 

어떻게 생각해?
그런데 더 잘된 일이 있어

 

오토는 네 할아버지와 헤어진 후 길을 가다
폭격맞은 집을 발견했어

 

거기서 한 남자를 봤는데
그는 죽어 있었어

 

그의 딸이 곁에서 울고 있었지

 

그녀에겐 유일한 가족이었거든

 

그녀는 오토를 보고 달아났어

 

오토는 그녀를 따라갔지

 

그녀 이름은 크리스티나야

 

17살 난 그녀는 빨리 달렸지만

 

이네 쓰러졌어

 

오토는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어

 

그녀는 그가 용서를
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정말로 그랬지

 

오토는 자신을 용서해 주면
그녀를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지

 

여기 작은 집이 있어

 

숲과 호수 사이에

 

정확히 북극선 위에 있지

 

겨울에도 식료품 배달이 돼

 

먼저 마을에 있는 가게에 가야 해
아직 문을 안 닫았으면 좋겠구나

 

아내가 죽은 후
난 거길 가지 않아

 

벌써 7년이나 됐어

 

그녀는 스페인인이야, 너처럼

 

아주 어려보여요

 

어린 애처럼

 

그때가 17살 때지

 

그녀가 내 인생이었어

 

이 사람에겐 뭔가가 있다

 

놀라운 무언가

 

왜 당신 이름이 오토에요?

 

그건 설명할 수 없다

 

인생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단다

 

하지만 오토는 독일에선 아주 흔한 이름이야

 

- 당신 독일인이에요?
- 지금은 핀란드인이다

 

이름만 아직 독일인이지

 

기하학적 이름이지 '오토'

 

제 이름 아나도요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이름은 거꾸로 읽어도 같지

 

그것에도 설명이 필요하니?

 

- 설명할 수 없을거야
- 가능할지도

 

아내가 죽던 날
난 아들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스페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더군

 

왜?

 

그 날 저도 엄마와 함께 있었어요

 

정말 큰 선물을 받았어요

 

이제 난 아주 아름다운
스페인 손녀를 가지게 되었구나

 

너를 보내준 크리스티나에게 감사해야겠다

 

너에게서 그녀를 느낄 수가 있어

 

고마워요, 오토

 

만나서 반가워요

 

북극권

 

이곳엔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공존한다

 

난 나의 마지막 운명 위에 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운명이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오토가 온 것 같았다

 

오토가 보냈어요

 

이 집 주인이요

 

- 이걸 가져다 주라고 해서요
- 고마워요

 

들어와요

 

- 오토가 조종사였다는 거 알아요?
- 모르겠는데요

 

그의 부인은 스페인 사람이었죠. 당신처럼

 

스페인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그가 여기로 그녀를 데려왔죠
저처럼 혼자였어요

 

그런 건 몰라요

 

얼마나 여기에 머물거죠?

 

아직 모르겠어요

 

잘가요

 

난 종일 오토만 생각했다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어느날 아침 차소리를 들었다

 

우편배달차였다

 

나에게 온 우편물이
있을 것 같았다

 

저한테 온 게 있어요?
전 아나 로페스에요

 

제발...

 

호주에서 왔네요

 

안녕, 아나

 

안녕, 엄마

 

호주는 다시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북극은 그만 잊고 여기로 오지 않을래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뭔데요?

 

매일 네 생각을 한단다

 

전 보다 더욱 더... 미안하다

 

이제야 엄마 같이 말하는군요

 

네 엄마는 나이를 먹어 간다

 

하지만 괜찮아

 

시간이 흘렀잖아

 

좋아 보여요

 

알바로의 아버지는 너를 만나
행복하시단다

 

너를 손녀라고 부르시더라

 

네가 그의 가정에
다시 온기를 가져다 준거야

 

그의 이름은 오토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물론

 

- 그런데 오토가 조종사라는거 아니?
- 어느 오토?

 

낙하산 타고 뛰어내린 독일 조종사

 

그 얘기는 알지

 

네 오빠는 그 얘기를 진짜로 믿더니
자신도 조종사가 되었단

 

이건 그와 함께 비행한
다른 조종사로 부터 들은 얘기다

 

그가 어디서 일하는진 모른다

 

하늘 어디선가 날고 있겠지

 

오토가 조종사, 그랬구나

 

북극권

 

이 여행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북위 66도, 33분, 40초

 

동경 2도, 55분, 5초

 

오늘밤은 해가 지지 않는다

 

그 스페인 비행기가 틀림없이
나를 위해 뭔가를 가져다 줄 것이다

 

내가 아님 누구겠어?

 

난 여기서 계속 기다릴 것이다

 

난 내 인생의 커다란 행운을 기다린다

 

난 많은 다른 행운들을 겪었다

 

행운은 실타래의 실처럼
나의 인생을 따라 돈다

 

인생이 원을 그리면 돈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내 인생은 하나의 원만 그린다
그것도 불완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난 그녀의 이름을 마음속에
수없이 써왔다

 

여기, 이순간 난 어떤 것도
끝낼 수 없다

 

난 혼자다

 

나한테 온 거 있어요?

 

알았어요, 전 지쳤어요

 

집에 가야겠어요

 

곧 점심을 먹을 거에요

 

스페인 화물기 소식 들었어요?

 

어젯밤 스페인 화물기가
핀란드 북쪽에 떨어졌데요

 

누가 죽었어요?
혹시 조종사 이름 알아요?

 

로바니에미로 가는 거에요?

 

- 남은 건 다 거기로 배달할 거예요
- 같이 갈 수 있죠?

 

 

 

- 고마워요
- 천만에요

 

- 어디서 왔어요?
- 스페인이요

 

이름이 뭐에요?

 

아키

 

난 오토

 

- 고마워요. 아키. 잊지 않을게요
- 천만에요

 

- 담배 가진 거 있어요?
- 아뇨

 

신경쓰지마요
다 잘 될거에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혹시 스페인에서 온 아나라는 여자 알아요?

 

어디 사는지도 알아요?

 

저기

 

잘가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그녀는 지금 거기 없어요

 

- 여기 없다구요?
-예, 차를 타고 가는 걸 봤어요

 

길에서 마주쳤죠

 

어디로 간거죠?
몰라요

 

우편차였어요

 

아나도 저처럼 우편배달부?

 

아뇨, 우편 배달부 차를 타고 갔어요
로바니에미로 가는 것 같던데

 

아나의 눈

 

고마워요

 

무슨 말이죠? 해석 좀 해줘요

 

진정해라. 이건 중요한게 아니야

 

널 보고 싶다는 사람이 와있다

 

누구죠?

 

- 여기 어떻게 왔지?
- 낙하산으로

 

그 비행기에 있었어?

 

그분이야. 독일 조종사

 

- 네 할아버지와 담배를 나눠 핀...
- 그래 알아

 

아나 눈 안의 오토

 

음악이 긴장을 풀어줄 거에요

 

혹시 스키로 언덕을 오를 수 있나요?

 

오토는 저기 살아요

 

아버지를 기억하며.